창작 기록 · 물건과 감정

서랍 속의 푸른 단추

이삿짐을 풀던 일요일 오후, 바느질 상자 밑에서 푸른 단추 하나가 굴러 나왔다. 지름은 손톱만 했고 한쪽 구멍의 가장자리가 닳아 있었다. 내가 가진 옷 중 어느 것의 단추인지 떠오르지 않았다. 버리려고 손바닥에 올렸는데 오래된 코트 소매를 붙잡고 있던 것 같은 감각이 남았다. 바늘을 잡은 적도 없는데 단추에 남은 실의 방향이 눈에 들어왔다.

그날 밤 꿈에서 누군가 내 앞을 걸었다. 얼굴은 보이지 않았고 파란 소매만 있었다. 나는 그 소매 끝을 잡으려다 잠에서 깼다. 책상 위에 놓인 단추를 보고 두 장면이 이어지는 것처럼 느꼈다. “이 단추는 꿈속 사람의 옷에서 떨어졌다”고 말하고 싶었다. 하지만 그 문장을 소리 내자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너무 멀리 간 결론 같았다.

나는 종이에 꿈에서 본 것을 적었다. “사람의 얼굴은 보이지 않음. 소매는 파란색. 잡으려 했으나 닿았는지 기억나지 않음.” 다음 줄에는 깨어 있을 때 느낀 감정을 썼다. “누군가에게 말을 놓친 것 같은 아쉬움.” 단추의 출처를 찾는 대신 왜 그 감정이 오래 남는지 생각했다. 몇 달째 연락하지 않은 친구가 떠올랐다.

우리는 작은 약속 때문에 다퉜다. 친구가 늦은 이유를 설명하려 할 때 내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. 시간이 지나면서 정확히 어떤 말을 했는지는 흐려졌다. 그래도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은 일은 분명했다. 푸른 단추가 그 기억을 불러온 이유는 알 수 없었다. 색이 친구의 코트와 닮았을 수도 있고, 이사하면서 옛 물건을 만진 탓일 수도 있었다.

나는 메시지를 쓰고 지우기를 네 번 반복했다. 꿈 이야기를 넣으면 상대가 부담을 느낄 것 같아 뺐다. 마지막에는 “그날 네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 못했어. 미안해. 괜찮다면 다시 이야기하고 싶어”만 남겼다. 보내기 버튼을 누른 뒤에도 답은 오지 않았다. 하지만 지금 할 수 있는 말을 했다는 사실이 조금 마음을 가볍게 했다.

며칠 뒤 친구가 짧게 답했다. 당장 만나기는 어렵지만 내 메시지를 읽었다고 했다. 나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. 바느질 상자에 단추를 넣으며 “전생의 물건”이라는 이름표도 붙이지 않았다. 내게 그 단추는 설명되지 않은 꿈과 지금의 관계가 잠깐 만난 물건이다. 출처를 모르는 채로도 오늘의 선택은 할 수 있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