창작 기록 · 장소와 낯익음

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정원

처음 가는 도시에서 길을 잃었다. 지도 앱의 파란 점은 자꾸 건물 뒤쪽을 가리켰고 내가 찾던 카페는 보이지 않았다. 골목을 한 번 더 돌자 낮은 담 너머로 작은 정원이 나타났다. 나무 두 그루 사이에 녹슨 물뿌리개가 놓여 있었다. 나는 그 정원을 본 적이 없는데도 왼쪽에는 둥근 돌길이 있을 것 같았다. 실제로 담장 아래에 돌 세 개가 이어져 있었다.

순간 심장이 빨라졌다. 마치 오래전에 이곳을 떠났다가 돌아온 듯했다. 나는 담장 사진을 찍고 휴대전화에 시각과 위치를 적었다. “돌길을 미리 알았다”는 문장도 썼다. 그런데 사진을 다시 보니 정원 입구에서 돌 하나의 끝이 이미 보이고 있었다. 나는 무의식중에 그 모양을 보고 나머지를 예상했을 수도 있다.

동행자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그는 정원보다 내 표정이 달라진 게 기억난다고 했다. 평소라면 길을 잃었을 때 조급해했을 텐데 그곳에서는 잠시 멈춰 서 있었다는 것이다. 나는 그 말이 더 흥미로웠다. 낯익은 느낌의 근원은 확인할 수 없어도 그 느낌이 내 행동을 바꾼 것은 분명했기 때문이다.

우리는 예정에 없던 십 분을 그곳에서 보냈다. 화단에 붙은 식물 이름을 읽고, 물뿌리개의 손잡이가 새것으로 바뀌어 있는 것도 보았다. 정원은 기억 속 장소처럼 완벽하거나 신비롭지 않았다. 누군가 지금도 물을 주고, 고장 난 도구를 고치며 돌보는 현실의 장소였다.

호텔로 돌아와 기록을 나눠 적었다. 본 것: 낮은 담, 돌길, 물뿌리개. 느낀 것: 익숙함과 갑작스러운 안도감. 가능한 설명: 눈에 보인 돌의 일부를 단서로 예상했을 수 있음. 오늘의 선택: 다음 여행에는 장소를 빨리 소비하지 않고 잠시 머무르기. 전생이라는 단어는 메모 맨 아래의 물음표로 남겼다.

몇 주 뒤 사진을 다시 보니 정원의 색은 기억보다 훨씬 평범했다. 하지만 그때 잠시 멈추기로 한 결정은 여전히 좋았다. 낯익음의 원인을 풀지 못한 채로도 나는 새 장소를 보는 방식을 하나 배웠다.